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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름다운 사람을 추억하며

2024년 7월 21일


친구가 프랑스로 놀러 와 함께 여행하던 중, 김민기 선생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혼자 있는 시간, 조용히 그의 노래 <아름다운 사람>을 들으며 추모했다.


나는 그를 ‘김민기 아저씨’라고 불렀다. 들국화의 열렬한 팬이었던 아빠를 따라 전인권의 거의 모든 공연을 함께 다녔다. 한 번은 전인권 콘서트에 갔다가 KBS <연예가중계>에 나와 <사랑한 후에>를 부른 적도 있는데, 그 영상이 어디엔가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KBS에 연락하면 보내줄까, 싶기도 하고.


아주 오래된 기억이 하나 있다. 학전에서 전인권의 공연이 끝난 뒤, 신비롭게만 보이던 드럼 앞을 서성이던 나에게 김민기 아저씨가 다가와 “한번 쳐보라”고 했던 순간. 그 저음의 목소리는 아직도 희미하게 귓가에 남아 있다. 나는 소심하게 몇 번 두드려보다가, 아빠의 무등을 타고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드럼을 처음 만져본 그 설렘의 순간은 지금도 또렷하다.


그땐 그분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그냥 마음씨 좋은 아저씨라고만 생각했다. 아빠가 “저 분이 김민기 아저씨야”라고 말해주었던 게 기억난다. 그 말이, 그 이름이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듣기 좋았다.


나중에서야 전인권의 3집 앨범에 실린 <봉우리>가 김민기 아저씨의 곡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초등학생 시절 애니메이션으로 보았던 <백구>, 처음 기타 학원에서 배운 <아침이슬>, 그리고 누나가 가사가 왠지 무섭다며 알려준 <작은 연못>, <상록수>, <금관의 예수> — 김민기의 음악은 그렇게 내 어린 시절 곁을 조용히 맴돌고 있었다.


<아름다운 사람>은 비교적 늦게 알게 된 곡이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언제나 그날의 김민기 아저씨 모습이 떠오른다. 정말 스쳐 지나간 인연이지만, 그런 순간이 있었다는 것이 기쁘다. 잠시나마 마주할 수 있었던, 참 아름다운 사람,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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